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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삽니다

2019-2020년 매서운 주택가격 폭등을 경험하면서... (평촌아파트 매수 후기)

 

 

2019년 가을에서부터 2020년 가을까지.

지난 1년의 시간은 저에게 그야말로 경제 공부의 필요성과 부동산 정책의 무서움을 깨닫게 해 준 기간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2015년, 서울을 떠나 경기도 안양에 생애 첫 아파트를 매수하고 실거주하기 했습니다.

안양은 분당, 일산 등과 같이 1기 신도시이기 때문에, 2020년 현재 대부분의 집들이 28년 이상의 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평촌 중심가의 낡은 아파트 보다 조금 더 깔끔하고 상대적으로 훨씬 신축의 아파트를 매매하여 리모델링하고 실거주하였습니다.

생활은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다만, 첫 집을 너무나도 쉽게 샀다는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어디서 들은 어쭙잖은 지식과 짧은 생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굳이 빡빡하게 갚아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은 레버리지 차원에서,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를 봤을 때 그렇게 틀린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간과했던 것은 제가 아파트를 매수한 2015년은 정말 집을 사기 좋은 시기였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씨는 '빚내서 집을 사라!'는 희대의 슬로건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을 70%까지 상향(완화)시켜줬습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14년 7월에 취임하고, 당시 50~60%였던 LTV를 70%까지 상향(완화) 시켰다.)

 

LTV 70%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대가 언젠가는 끝날 것을 대비해서 다음 투자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줄여놨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습니다.

 

 

 

변화의 바람 : 대출은 점점 힘들어지고, 공급은 더 줄어들고

 

2019년 가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들 패닉 바잉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집을 샀던 2015년도 2014년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던 기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사회초년생들은 힘들었겠지만 어느 정도 직장생활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집을 사지 못할 시장은 아니었습니다.

 

작년 10월 경부터 이사를 위해 실거주용 아파트를 알아보러 돌아다니는데, 정말 한 달이 멀다 하고 3~5천만 원씩 호가가 뛰는 경험을 했습니다. 결국 2019년 12월 눈물을 머금고 이사를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출한도를 줄이더라도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게 숨통을 열어주는 한 편, 공급도 같이 늘렸다면 좋았으련만.

공급물량은 똑같더라도 사실상 임대차 법 통과로 2+2 전세시장을 만들어서 물량의 손바뀜이 더뎌지게 하고, 동시에 공급 계획은 없으니 시장의 안정과 거리가 좀 있는 행보가 아니었나 합니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향은 바람직한데, 그 억제 과정에서 기존에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월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진짜 부자'들은 더 많은 부를 쉽게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 늘 아이러니입니다.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부자들은 부동산 매입이 매우 쉬운 시기인 것이죠.

 

역시 부자의 열쇠는 늘 "월 현금 창출력"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합니다.

 

 

 

느긋하게 이사하려던 나를 조급하게 만들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시기에 맞추어 느긋하게 평촌 중심지로 이사하려던 저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놓았습니다. 실제로 2019년 가을부터 주택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2020년을 놓치면 도저히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주식은 이유 없이 과열되면 조정이 오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땐 하나의 '특수재'에 가깝습니다.

주식은 '하나의 기업'의 가치를 주주들이 주식을 거래하면서 모두가 인정하는 가치를 만들어 갑니다. 내가 이 기업의 가치가 100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아닌데? 80인데? 하면서 거래를 하면 기업의 가치는 80이 됩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그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은 '한 사람(공동명의도 있지만)'입니다.

내가 이 부동산의 가치가 100이라고 할 때, 누군가가 아닌데? 80인데?라고 해면 거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80으로 가치가 내려가지 않고 잠정적 100으로 계속 유지가 됩니다. 

다시 대세 상승기가 와서 누군가가 100이라는 가치를 인정하고 사 줄 때까지 말이죠.

소위 버티기가 가능합니다.

 

내가 봐 뒀던 아파트가 상승기를 경험하고 나서 다시 그 자리로 내려오리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지난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분이기도 하고, 위에서 언급한 '특수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래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항상 현재가치보다 더 높게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평촌 중심지 아파트로 갈아타다

 

제가 매수한 아파트는 강을 끼고 있는 경치 좋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심지랑 떨어져 있는 애매한 위치, 지하철이 없는 비 역세권, 그리고 보낼 중학교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키우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었기에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보유물건을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결국, 2019년 말에 평촌 중심지 이사에 실패했던 저는 2020년 겨우 평촌 중심지 아파트로 옮겨 타는 데 성공했습니다. 평촌에 이 이상의 아파트가 없느냐?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좋은 입지의 물건을 매수했다는 생각입니다. 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는 그 몇 달 사이에도 계속 제 뒤를 쫓아오듯이 부동산 규제정책을 계속 발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잔금을 치고 등기권리증을 받고 기쁜 감정보다는 안도감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2019년 겨울에 시작한 잊지 못할 제 인생의 한 해는 2020년 늦가을에 끝이 났습니다.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우울감과 좌절감과 싸워야 했던지.

 

 

 

2021년에도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공급은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내년 시나리오입니다.

부동산가격을 잡을 요인이 부족하다.

규제방법은 거의 다 써서, 1가구 1 주택을 법제화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주택(아파트)'의 공급은 계획이 아직도 없거나 공급시기가 늦다는 지적입니다.

 

내년에도 부동산 매매 가격은 계속 오르는 추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안 오르는 소외지역이긴 해도 지난 2015년 첫 주택을 매입했었기에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줄이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이 있었음에도 크게 손해보지 않고 자산가치 유지는 한 것 같습니다. 

 

2020년 겨울, 평촌 전체가 다 같이 오르는 대세 상승장이 왔습니다.

올 겨울은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조금 덜 괴롭게 보낼 수 있을까요.

 

 

메리 크리스마스.